▲ 사진 1. 넘겨도 넘겨도 비슷한 영상이 나오는 피드 — 그 덩어리에 붙은 이름이 슬롭입니다 (본 이미지는 AI로 생성되었습니다)
유튜브를 열었는데 말하는 고양이, 어디서 본 듯한 역사 재현, 귀여운 반려동물이 맹수를 이기는 진짜 같은 동물 영상이 줄줄이 뜬 적 있으시죠. 하나하나는 그냥 넘기면 그만인데, 요즘은 그 덩어리 전체를 부르는 말이 생겼습니다. AI 슬롭(AI slop). 국내 기사에도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글을 쓴 9월 9일 구글 검색창에 이 말을 치면 '뜻'과 '규제'가 자동완성으로 나란히 붙습니다.
이 글은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누가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왜 2025년에 폭발했는지, 그리고 한국이 이 이야기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사전 두 곳, 원문 보고서 둘, 유튜브 정책 원문과 CEO 서한, 국내 기사 둘로 정리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슬롭은 보통 AI 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고, 2024년 5월 트윗 하나와 그것을 정리한 블로그 글이 이 뜻을 세웠으며, 2025년 메리엄웹스터 올해의 단어가 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캡윙(Kapwing) 보고서에서 한국에 기반을 둔 트렌딩 슬롭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가 조사한 나라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채널 조회수 순위이지, 누가 봤는지를 센 숫자는 아니에요.
AI 슬롭,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사전 두 곳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메리엄웹스터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고르면서 이렇게 정의했어요. "digital content of low quality that is produced usually in quantity by mea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 보통 인공지능으로 대량 만들어지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 케임브리지 사전은 명사 slop 의 뜻 갈래 하나를 (LOW-QUALITY CONTENT) 로 따로 세우고, "content on the internet that is of very low quality, especially when it is cre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라고 적었습니다. 비격식이고 못마땅해하는 말이라는 표시도 붙어 있고, 예문이 "AI slop is slowly killing the internet!" 이에요.
| 누가 | 어떻게 정의했나 | AI 가 정의에 들어가는 방식 |
|---|---|---|
| 메리엄웹스터 (2025 올해의 단어) | 보통 AI 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 | 수단 ("by means of") · 「보통」 |
| 케임브리지 사전 | 인터넷의 매우 낮은 품질의 콘텐츠, 특히 AI 가 만든 것 | 「특히」 (필수 조건은 아님) |
| 캡윙 보고서 (2025.11.) | 자동 프로그램으로 부주의하게 만들어, 조회수·구독자를 수확하거나 정치 여론을 흔들려고 뿌리는 저품질 콘텐츠 | 수단 ("automatic computer applications") + 목적 |
셋을 겹쳐 보면 공통분모는 '저품질'입니다. '대량'은 메리엄웹스터가, '목적'은 캡윙이 덧붙인 조건이에요. AI 가 들어가는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메리엄웹스터와 캡윙은 AI 나 자동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단으로 정의 안에 넣었고, 케임브리지는 "특히(especially)" 라고 써서 AI 가 아니어도 저품질이면 슬롭이 될 여지를 남겼어요. 참고로 slop 은 원래부터 있던 영어 단어이고, 사전에는 액체를 흘린다는 뜻 갈래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건 그중 콘텐츠 뜻 하나예요.
다만 사전이 정의를 실었다고 해서 경계가 또렷한 건 아닙니다.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글로벌정치연구소(IGP)가 2026년 6월 낸 보고서는 "Despite widespread use of the term, there is no consensus definition of AI slop" — 널리 쓰이지만 합의된 정의는 없다고 적었어요. 2026년 3월 5일 플랫폼 회사·AI 개발사·학계·탐사보도 쪽 20명을 모아 이 말을 정의해 보려던 자리의 결론이 그것입니다.
이 말은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이 뜻을 이른 시점에 글로 정리한 문서 하나가 2024년 5월 8일 자 사이먼 윌리슨(Simon Willison)의 블로그입니다. 제목이 "Slop is the new name for unwanted AI-generated content" 예요. 글은 전날 본 트윗 하나를 그대로 옮기며 시작하는데, 그 트윗이 이 말의 논리를 다 담고 있습니다.
"Watching in real time as “slop” becomes a term of art. the way that “spam” became the term for unwanted emails, “slop” is going in the dictionary as the term for unwanted AI generated content" — @deepfates, 윌리슨 글에 인용
원치 않는 이메일에 '스팸'이라는 이름이 붙었듯, 원치 않는 AI 생성물에는 '슬롭'이 붙는다는 비유예요. 윌리슨은 여기에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Not all promotional content is spam, and not all AI-generated content is slop." 모든 홍보물이 스팸이 아니듯 모든 AI 생성물이 슬롭은 아니고, "mindlessly generated and thrust upon someone who didn’t ask for it" — 무심히 생성해서 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들이밀 때 슬롭이라는 거예요. 같은 글에서 그는 검토하지 않은 AI 생성물을 남과 공유하는 것 자체를 "rude" 하다고도 적었습니다.
트윗이 "going in the dictionary" 라고 했던 말은 1년 반 뒤 그대로 됐습니다. 메리엄웹스터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골랐으니까요. 그 페이지는 2025년의 슬롭을 이렇게 나열합니다 — 터무니없는 영상, 어긋난 광고 이미지, 유치한 선전, 꽤 진짜 같은 가짜 뉴스, AI 가 쓴 싸구려 책, 동료 시간을 낭비시키는 '워크슬롭' 보고서, 그리고 "lots of talking cats". 한 줄 요약도 붙어 있어요. "People found it annoying, and people ate it up." 짜증 내면서 열심히 봤다는 뜻입니다.
왜 2025년에 폭발했을까요? (그리고 한국은)
IGP 가 2026년 4월 올린 보고서 소개 글은 시점을 이렇게 잡습니다. "If 2023 was the year generative AI went mainstream, 2025 may be remembered as the year its byproducts flooded the internet." 2023년이 생성형 AI 가 대중화된 해라면 2025년은 그 부산물이 인터넷을 덮은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예로 든 것이 'Italian brainrot' 같은 반복 밈 장르, AI 로 만든 역사 재현, 대규모로 돌아가는 얼굴 없는 인플루언서 계정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its perceived low quality and its overwhelming volume" — 낮다고 여겨지는 품질과 압도적인 양을 동시에 담는다고 짚었어요.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캡윙이 2025년 11월 28일 낸 보고서가 두 가지 방법으로 쟀습니다. 하나는 나라별로 유튜브 트렌딩 상위 100개 채널을 직접 보고 슬롭 채널을 골라낸 뒤, 소셜블레이드에서 조회수·구독자·추정 수익을 가져온 것. 다른 하나는 새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처음 뜨는 쇼츠 500개를 넘기며 세어 본 것인데, 이쪽 결과가 "104 (21%) of the first 500 videos were AI-generated, and 165 (33%) of those 500 videos were brainrot" 입니다. 보고서가 "21-33% of YouTube's feed may consist of AI slop or brainrot videos" 라고 적은 근거가 이 500개 실험이에요.
한국은 첫 번째 방법에서 나옵니다. 보고서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South Korea's 11 trenders have the most views: some 8.45 billion in total." 트렌딩 상위 100 안에 든 한국 슬롭 채널이 11개이고, 그 누적 조회수 84억 5천만 회가 조사한 나라 가운데 가장 많다는 뜻이에요. 보고서는 이 채널들을 "based in South Korea" — 한국에 기반을 둔 채널이라고 적었습니다. 그중 하나인 'Three Minutes Wisdom' 이 20억 2천만 회로 나라 합계의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보고서 설명으로는 "photorealistic(ish) footage of wild animals being defeated by cute pets" — 귀여운 반려동물이 야생동물을 이기는, 진짜 같은(듯한) 영상 140편을 올린 채널이에요.
캡윙의 숫자는 각국 트렌딩 채널 가운데 슬롭으로 분류된 채널의 누적 조회수이고, 채널이 어느 나라에 기반을 뒀는지로 나라를 나눴습니다. 그 영상을 누가, 어느 나라에서 봤는지는 보고서에 없어요. 분류도 보고서 작성자의 수작업이라 기준은 그쪽 정의를 따릅니다.
플랫폼도 같은 해에 움직였습니다. 유튜브 채널 수익 창출 정책 페이지의 변경 이력에 2025년 7월 15일 자가 있어요. "중복되거나 대량 생산된 콘텐츠가 정책 대상에 포함됨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중복 콘텐츠' 정책을 약간 업데이트"하고, 이름을 '양산형 콘텐츠'로 바꾼다는 예고입니다. 이런 콘텐츠는 "항상 수익 창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도 적혀 있고요. 새 금지가 아니라 이름을 고쳐 분명히 한 쪽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지금 정책 본문의 절 이름은 '일반적이거나 중복되는 콘텐츠'로 표시돼 있어요.
유튜브가 이 말을 직접 입에 올린 건 2026년 1월 21일 CEO 닐 모한의 연례 서한입니다. "The rise of AI has raised concerns about low-quality content, aka 'AI slop.'" — AI 의 부상이 저품질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적고, 그 대응으로 스팸과 클릭베이트를 걸러 온 기존 시스템 위에 짓겠다고 했어요. "It's becoming harder to detect what's real and what's AI-generated" 라는 문장도 같은 서한에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쓰이고, 무엇이 슬롭으로 분류될까요?
말은 갈라져 나가는 중입니다. 일터에서 만들어지는 슬롭에는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파생어가 붙었어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2025년 9월 22일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 라는 글을 실었고, 메리엄웹스터도 2025년의 예로 "동료 시간을 낭비시키는 워크슬롭 보고서"를 넣었습니다. 국내 언론도 캡윙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 말을 쓰기 시작했고요. 조선비즈는 2026년 9월 3일 자 기사에서 IPTV·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올해부터 채널(PP) 평가 때 AI 로 더빙이나 자막만 손본 재가공물을 신작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AI 슬롭'에 제동을 건 것으로 썼습니다.
그럼 유튜브는 무엇을 문제 삼느냐. 정책 페이지가 절마다 예시를 직접 적어 뒀는데, 여기에 AI 가 이름으로 들어갑니다. 아래 표는 그 예시를 절 이름과 함께 옮긴 것입니다.
| 정책 절 | 수익 창출이 안 되는 쪽 (원문 예시) | 되는 쪽 (원문 예시) |
|---|---|---|
| 일반적이거나 중복되는 콘텐츠 | "크리에이터의 독창적이고 진정성 있는 통찰력이나 관점을 추가하지 않고, 일반적이거나 독창적이지 않은 템플릿으로 제작되어 대량 생산된 듯한 인상을 주는 AI 생성 콘텐츠" | "인기 있는 동영상 형식이나 주제를 활용해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콘텐츠" |
| 불만족스럽거나 불쾌감을 주는 콘텐츠 | "관련성 또는 일관성 없는 AI 클립을 이어 붙인 동영상" · "유명인의 사망이나 자연재해가 실제로 발생한 것처럼 시청자를 속이는 동영상" | "직접 창작한 고유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AI로 시각화하는 등 나만의 창의적이고 고유한 관점을 표현하는 콘텐츠" · "동영상 스크립트를 수정하거나 콘텐츠에 사용할 고유한 시각적 배경 요소를 생성하는 데 AI를 사용" |
| 민감한 주제와 관련된 AI 페르소나 | AI 생성 페르소나가 건강·법률·재무·정치 주제의 조언을 하는 인간 전문가로 등장하는 채널 | — |
표를 보면 갈림길이 'AI 를 썼느냐'가 아닙니다. 사람의 관점과 손이 들어갔느냐예요. 윌리슨이 2024년에 단 조건 — 무심히 생성해 들이밀면 슬롭 — 과 유튜브 정책의 허용·위반 예시가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판단). 그래서 이 말을 쓸 때도 'AI 로 만든 것'과 '슬롭'을 같은 말로 쓰면 원래 뜻에서 벗어납니다. 사전 둘과 캡윙 정의 모두 '저품질'을 앞에 두고 있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슬롭은 보통 AI 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이고, 2024년 5월 '스팸의 다음 이름'이라는 트윗과 그것을 정리한 글이 뜻을 세웠으며, 2025년 메리엄웹스터 올해의 단어가 됐습니다. 컬럼비아 IGP 는 2025년을 부산물이 인터넷을 덮은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고 적었고, 캡윙 보고서는 새 계정의 첫 쇼츠 500개 중 21~33% 를 AI 생성·브레인롯으로 셌으며, 한국에 기반을 둔 트렌딩 슬롭 채널 11개의 조회수 84억 5천만 회를 나라별 최다로 집계했습니다. 유튜브는 2025년 7월 15일 정책 이름 변경을 예고했고, 현행 정책 예시에는 AI 생성 콘텐츠가 명시돼 있고요. 다만 사전도 정책도 갈림길을 'AI 사용'이 아니라 '저품질·대량·관점 없음'에 두고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시면 되겠네요.
출처: Merriam-Webster 「Word of the Year 2025: Slop」 · Cambridge Dictionary 「slop」 (LOW-QUALITY CONTENT) 항목 · Simon Willison 「Slop is the new name for unwanted AI-generated content」(2024.5.8.) · Kapwing 「AI Slop Report: The Global Rise of Low-Quality AI Videos」(2025.11.28.) · Columbia SIPA Institute of Global Politics 「“AI Slop” and the Information Ecosystem: Insights from a Cross-Sector Convening」 소개 페이지(2026.4.1. 게시) · YouTube 고객센터 「YouTube 채널 수익 창출 정책」(2025.7.15. 변경 이력 · 한국어판·영문판) · YouTube Official Blog 「YouTube CEO Neal Mohan’s 2026 Letter: The Future of YouTube」(2026.1.21.) · Harvard Business Review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2025.9.22.) · 같은 연구소 보고서 본문 「AI Slop and the Information Ecosystem」(2026.6. · Weedon·François·Ponak 외) · 아시아경제 「[아경의 창] AI 슬롭의 시대…가짜가 진짜가 된 세상」(2026.9.2.) · 조선비즈 「유료 방송사, ‘AI 슬롭’에 제동… “조악한 AI 더빙물에 편성 점수 안 준다”」(2026.9.3.) · 구글 자동완성 직접 확인(2026.9.9.). (조회수·비율은 각 보고서의 집계 시점 기준이며, 플랫폼 정책 문구는 개정될 수 있습니다)
💡 S.M.S Vibe's Trend Insight
'한국 채널이 1위'라는 숫자는 만드는 쪽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조회수는 만드는 사람이 혼자 올리지 못해요. 트렌딩에 오르려면 누군가 끝까지 봐야 하고, 보고서는 그 누군가가 어디 사는지는 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유행하는 지금 해 볼 만한 일은 단순합니다. 오늘 내 피드에서 끝까지 본 영상 중에 사람의 관점이 들어 있던 게 몇 개였는지 세어 보는 것. 그 숫자가 알고리즘이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지 정합니다. (판단)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채널이나 콘텐츠의 이용을 권유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용한 조사 수치는 각 기관의 방법론과 집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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